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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폴리실리콘 전쟁 중
2009/06/30 10:30:52
 

전 세계가 자원 확보에 혈안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원자재 시세 폭등은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

세계 역사가 자원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과거 식민지 쟁탈전도 그렇지만 자원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국력을 키우고 세계를 제패하는 지름길이었다.

지금도 사정이 달라진 건 없다. 최근 몇 년의 원자재 시세 폭등은 중국의 ‘자원 싹쓸이’ 탓이 크다.

부시 정부 때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에 서 있던 미국도 오바마 정부의 출범 이후 자원에 집착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그 어느 때보다 자원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중국과 어느 자원보다도 반도체와 태양광 산업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폴리실리콘 확보 경쟁이 뜨겁다.

폴리실리콘(Poly Crystal Silicon)은 반도체 및 태양광 산업의 핵심소재로 사용된다. 최근 태양광 산업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관심이 집중되는 차세대 첨단 소재다.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으로부터 잉곳(Ingot)-웨이퍼로 가공된 후 셀(Cell)-모듈화를 거쳐 산업발전용이나 가정용으로 사용된다.

여느 자원과 마찬가지로 폴리실리콘 확보 전쟁도 중국에서 촉발됐다. 지난해까지 과잉 투자된 태양광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한 중국은 올 들어 태양광에 대한 지원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중국의 태양광 시대’가 본격 도래한 것이다.

중국은 국내 폴리실리콘 업체는 물론,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많은 양의 폴리실리콘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다.

오는 2010년까지 7만t 안팎으로 예상되는 폴리실리콘 전 세계 생산물량에 대해 이미 수요처와 계약이 끝난 상태이며 향후 5~6년분의 폴리실리콘을 중국 업체들이 독식하면서 ‘품귀’에 가까울 정도로 공급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독식에 자주율 높여 맞대응
국내 태양광 업계는 중국의 독식에 폴리실리콘 생산량 확대로 맞서고 있다. 국내 폴리실리콘 선도주자인 동양제철화학은 오는 2010년까지 전 세계 공급물량의 20% 선에 달하는 1만5000t의 생산력 확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KCC는 장기적으로 생산량을 1만8000만t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여기에 삼성석유화학이 폴리실리콘 연구개발을 위한 연구소를 구축하며 사업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지금까지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 및 공급이 확대되면서 태양광 산업의 대외의존도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도 kg당 임의계약 시 200~300달러를 호가하는 고부가 소재의 생산에 뛰어든다는 점에서 산업적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의 녹색성장 지원정책에도 불구 자주화율이 선진국 대비 크게 못 미치고 있어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자금력을 무기로 폴리실리콘 확보에 혈안인 중국과는 달리 이제 초기 진입 상태인 우리나라의 태양광 기술 수준은 2007년 선진국 대비 71% 정도이며, 국산화율은 설계 분야에서 70%, 제작생산 분야에서 68%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개발된 기술이 상업화돼 현장에 적용 후 성능의 실증 연구가 이뤄지는 수준을 말한다. 2020년 태양광 국내 보급규모는 4GW, 2030년 18GW, 수출규모는 2020년 연간 1조4000억원, 2030년 연간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국내에 보급되는 상업용 설비 모듈 중 85%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해 왔으나, 최근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로 국내 업계의 시장점유율도 향상되고 있다.


중국이 향후 5~6년분의 원재료를 독식하면서
‘품귀’에 가까울 정도로 공급부족이 예상돼 태양광업계는
반도체를 생산하고 남는 원자재까지 재생해 사용해야 할 판이다.



태양광 산업 경쟁력 제고의 기회
폴리실리콘 생산확대로 국내 태양광산업의 경쟁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일관체제로 태양광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기업은 전무한 상태이다.

잉곳, 웨이퍼, 셀, 모듈, 발전설비까지 하나의 생산라인을 통해 생산하는 기업이 없다는 얘기다.

그만큼 투자도 많이 들어가지만 셀 제조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의 자주화를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에 태양광 산업 전체의 자주화율도 중국이나 독일, 스페인 등과 같은 태양광 선진국에 비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기업들의 폴리실리콘 생산과 확보 경쟁 가속화는 국내 전체 태양광 산업에도 원료-전지-모듈-발전설비 등으로 이어지는 계통기술을 모두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삼성과 합작으로 진출한 바 있는 프랑스 화학그룹 토탈(TOTAL)이 국내에서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모색 중이다.

토탈은 한국 내에서 폴리실리콘 생산설비를 짓고 투자의사를 타진하는 등 공동 경영할 합작기업을 물색하고 있으며, 여의치 않을 경우 독자 진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LG화학·삼성석유화학·한화석유화학 등 기술력을 보유한 화학기업들은 잇따라 관련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고 있다.

웅진그룹도 글로벌 합작 파트너인 미국 썬파워라는 든든한 구매자가 뒤를 받쳐주고 있어 생산규모를 확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게 됐다.


모자란 폴리실리콘 폐웨이퍼 재생으로
국내서 폴리실리콘 자주화가 속속 진행되는 가운데 반도체를 생산하고 남은 폐웨이퍼를 재활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폐웨이퍼는 반도체를 생산하고 수명을 다한 웨이퍼나 웨이퍼 자체에 도금이나 표면처리가 불량이어서 폐기하는 웨이퍼를 말하는데 국내 반도체 업계 중에서는 하이닉스반도체가 유일하게 폐웨이퍼를 매각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에만 매월 50억원가량의 폐웨이퍼 매각 수입을 올린 바 있다. 폐웨이퍼는 대부분 중국의 태양광 업체가 구매를 하고 있는데 반도체를 생산하고 남은 폐웨이퍼가 태양광 산업에서 사용하는 폴리실리콘 재질보다 우수한 품질력을 보이고 있어 이를 가능케 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물량은 주로 LDK쏠라, 트리나쏠라, 잉리쏠라, 쏠라펀, 르네쏠라 등 중국 5대 메이커 등이 일본, 독일 업체들보다 높은 가격으로 원자재를 수입해 대부분 물량을 가져간 상황.

그러나 작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는 전 세계 경제위기에다 중국 내 태양광 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수입물량이 대폭 줄어 하이닉스도 큰 재미는 못 보고 있는 상태다.

kg당 400~450달러에 달하던 폐웨이퍼가 올해에는 kg당 55~65달러에 거래되고 있어 상반기에는 매각수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폐웨이퍼와 폐스크랩을 중개하는 업체인 어드밴스드코리아에 따르면 폐웨이퍼와 폐스크랩이 지난해 세계적 금융위기 여파에 따라 가격이 대폭 하락했지만 지난 5월부터 다시 찾는 수요가 증가세에 있다.

특히 구조조정을 끝낸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본격적인 발전소 건립에 나서고 있어 하반기에는 더 많은 물량이 거래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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